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있던 고등어가 없었다.
이미 저녁때 어머니가 구워두셨기 때문이다.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구이를
먹을 수 없겠지만 내일 저녁에는 또 고등어구이를 먹을 수 있겠지. 하며 물을 맛이
고 다시 잠을 청하곤 했다. 꽁치 가자미와 함께 고등어는 어머니가 해주신 단골
반찬이다. 어머니는 시장에 가면 물기 흥건한 어물전에 들러 늘 고등어 두 마리를
샀다. 1인당 반마리씩 4인분이었다. 아버지와 아들 삼형제가 먹으면 당신 몫은 없는
데도 늘 두마리만 샀다. 완벽한 유선형의 고등어 몸통에는 얼룩말처럼 검푸른 줄
무늬가 빛났고 등에는 포마도 바른 아버지 머리카락 같은 지느러미가 우뚝 섰는데,
어설프게 다문 고등어 입꼬리는 늘 시무륵 하게 처져 있었다.
어머니는 반으로 갈라 구워 뱃살이 호떡처럼 노랗게 익은 고등어 살점을 젖가락으로
먹기 좋게 떼어내 밥숟가락 위에 얹어주셨다. 흰 쌀밥과 짭조름한 고등어는 나무랄데
없이 들어맞는 궁합의 맛이었다. 특히 가을 고등어는 기름기가 많아 고소함이 지나칠
정도였는데, 그때 김치 한 조각을 집어 먹으면 입이 개운 해졌다. 밥과 고등어와 김치만
있으면 하루 세끼를 먹어도 좋을것 같았다. 나와 고등어 한마리를 나눠 먹어야 하는
작은형은 김치에 손도 대지 않고 고등어만 먹었다. 아버지와 큰형 몫을 건드릴 수 없었
던 작은형 젖가락질 한번에 고등어가 반마리씩 없어지는 것 같았다. 잠간 한눈판 사이
고등어가 다 살아져 투정을 부리면 어머니가 말씀했던. "우리 막내, 내일 또 구워줄게."
평생 술 한잔, 담배 한모금 하지 않았던 어머니는 어째서 페암으로 돌아가셨을가,
삼형제 먹을 고등어를 연탄불에서 그렇게 구우시더니 '매우 나쁨' 보다 23배나 더 나쁜
초미세먼지와 일산화탄소를 너무 많이 들이마신 건 아닐까.
요즘 뉴스를 보니까 비흡연 가정주부 페암 원인중 하나가 고등어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맨날 고등어 구이 해달라고 졸랐던 게 새삼 후회스럽다. 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걸. 한현우. 조선일보 주말뉴스부장. Jr.김삿갓 옮김. 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