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오디아와 순두게 교회
바울이 전도 여행을 하던 중 드로아에 이르렀을 때 아시아로 가고자 하는 바울에게 하나님은 환상을 통해 그의 진로를 유럽으로 옮겨놓으셨다. 바울은 당시 마케도니아에서 제일 큰 도시이자 로마 식민지였던 빌립보로 들어가서 유럽 최초로 교회를 세우게 된 것이다.

빌립보 교회는 주로 이방인들로 구성되었고 특히 여성들의 두드러진 활약으로 교회가 크게 성장했다. 빌립보 교회가 개척되고 부흥하는데는 두말할 나위 없이 옷감 장사를 했던 루디아의 공이 컸었다. 늘 큰 그릇의 기초위에 교회는 세워졌다.

순두게도 역시 개척공신으로 개척을 시작할 무렵에는 자신의 집을 예배 처소로 제공하기도 했다. 그외에도 숨은 공로가 많았다.

그런데 헌신이란 측면에서 순두게보다 좀 늦게 교회에 들어온 유오디아가 교우들로부터 인정받고 칭찬의 소리가 높았다. 순두게는 자신의 공로를 기억해 주지 못하는 교인들보다도 사람들의 칭찬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유오디아의 태도가 못마땅했다.

*이게 싸움의 시작^^
에바브로디도 목사님의 설교가 끝나고 이제 성경공부를 할 차례였다.

유오디아는 성경을 가르치고 순두게는 저녁 식사 준비를 하러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각기 장소로 향했다. 그런데 그날은 유오디아가 늦게까지 가르치는 바람에 저녁식사가 좀 늦어졌다. 이게 순두게에게는 못마땅하게 여겨졌다.

마침 유오디아 그룹에 속한 한 여자가 주방쪽으로 다가오자 순두게가 비꼬듯이 물어 보았다. "저녁 친교 시간을 어겨야 할 정도로 성경공부에 꽤 깊이가 있었나 보죠?"

그러자 그녀가 대답했다. "오늘 처음 나온 초신자가 '사람이 예수를 믿고 거듭나면 다시는 죄를 짓지 않고 성결한 삶을 살게 된다'고 했는데 어떻게 사람이 죄를 안 짓고 살 수 있느냐는 것이었어요. 너무 열띠어서 늦어서 죄송해요."

순두게가 말했습니다. “친교도 중요하니 앞으로 시간 늦지 않게 적당하게 해 주세요.”

서서히 빌립보 교인들은 양쪽으로 견해가 갈라지더니 유오디아와 순두게를 중심으로 극단적인 대립양상으로 치달았다. 그러면서 두 사람도 점점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두 여장부는 신앙이 없는 사람??
그들의 갈등이 순수하게 교리적인 문제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동기에 의해 라이벌 의식이 생겨났었다. 그 이후로 그들은 앞다투어 경쟁을 하였고 교우들로부터 서로 인정받고자 했던 것이다.

사도 바울에게 빌립보 교회는 그가 세운 여러 교회들 가운데 가장 만족스러운 교회였다. 그런데 말씀을 가르치는 유오디아와 부엌을 감당하는 순두게의 다툼으로 교회 분위기가 양분되었다.

이 문제로 에바브로디도는 투옥된 사도 바울을 찾아와 교회의 내분을 알렸다. 에바브로디도 목사님이 갑자기 중병에 걸려 빌립보로 돌아오는 날이 연기되었다. 이 소식이 교회에 알려져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교인들은 한자리에 모여 에바브로디도 목사님을 위해 기도회를 가졌다.

그런데 좋은 의도로 모였던 기도회가 끝나자 교인들의 갈등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교회가 이렇게 시련을 겪는 것은 유오디아와 순두게 때문이라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 넘겼던 것이다.

유오디아와 순두게는 애초에는 그렇게 문제 교인이 될만한 소지의 인물들이 아니었다. 신자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가는 가라지 같은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구원 받지 않은 상태로 교회를 출석중인 종교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모든 면에서 교회에서 모든 이에게 존경받고 모범적인 일꾼들이었다.

*두 여장부의 배경
유오디아는 비교적 집안이 부유하였고 교회공동체를 이룰 때 많은 재산을 기쁜 마음으로 헌물로 드렸던 성도였고 모든 일에 열성과 적극성을 발휘했다. 학식과 교양도 뛰어나 교회에서 말씀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되었다.

순두게도 유오디아와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었으며 특히 그녀는 가르치는 은사보다는 베풀기를 좋아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 탁월하여 큰 손으로 인정받았다. 그래서 먹는 모든 문제를 책임졌다.

어쩌면 이렇게 믿음 좋고 신망있던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의 갈등이 교회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가져왔는지도 모른다. 결국 갈라진 그들 틈사이는 좀처럼 좁혀지지가 않았고 오히려 교회에 어려움이 닥쳤는데도 더욱 불화의 불씨만 되어 덕스럽지 못하였다.

*교회가 무너진다
유오디아편에서 누군가 심한 말을 시작했다. "순두게님 부엌에서 제발 이런 저런 소리 나지 않게해 주세요 유오디아님은 어떻게든 새가족을 가르쳐서 일군 만들어 놓으려고 고생하는데 왜 그렇게 부엌이 시끄러워요. 그러니 에바브로디도 목사님께서 병이 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번에는 순두게 편에서 말이 나왔다. "말씀 한번 잘하셨어요. 유오디아님께서 제대로 가르쳤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했겠습니까?

그렇게 그들은 옥신각신 다투었는데 한참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사람이 일어나서 말했다.

"저는 오랫동안 감옥을 지키는 일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흉악한 죄수들도 자기네끼리는 의리있게 잘 지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사소한 문제로 옥신각신하는 동안, 우리에게 믿음을 전하여바울 사도님은 로마감옥에서 말로 다할 수 없는 박해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우리의 목회자이신 에바브로디도 목사님은 중병으로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이런 지경인데도 우리가 이렇게 서로 싸워도 되는 것입니까? 계속하시겠다면 저는 차라리 이 자리를 떠나는게 낫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좌중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그렇게 해서 불씨는 잠시 사그라들었다.

순두게도 슬며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산책이나 하면서 머리를 식힐 요량이었다. 그녀는 이제 문제의 당사자들보다도 교회 주변 사람들의 관계가 더욱 나쁜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을 보며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이 시점에서 유오디아에게 화해 악수를 한다는 것이 수그리고 들어가는 것으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도대체 자존심이 뭐라고...

*말씀이 기억난다
계속되는 분쟁과 다툼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한 순두게는 어떻게 해서든지 빨리 매듭을 지어야 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순두게는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렸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지 않는 사람은 결코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사람이 없다."

얼마 뒤 사도 바울에게서 편지가 왔기에 주일 모임에서 사람들 앞에 읽혀졌다.

"에바브로디도가 하나님의 은혜로 병에서 완쾌되었습니다. 그는 지금 여러분 모두를 몹시 보고 싶어합니다. 나는 서둘러 그를 빌립보로 보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주님을 믿는 같은 형제로서 그를 기쁘게 맞이하고 존경하십시오. 그는 목숨을 걸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일하다가 죽을 고비를 겪은 사람입니다."

편지내용이 읽혀지는 동안 모든 교인들은 감사와 기쁜 마음을 가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일으킨 분쟁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도 없지 않았다.

바울의 편지는 계속되었다.

"무슨 일에나 이기적인 야심이나 허영을 버리고 다만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십시오. 저마다 실속만 차리지 말고 남의 이익을 돌보십시오.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께서 지니셨던 마음을 여러분의 마음으로 간직하십시오."

편지가 읽혀지는 동안 유오디아는 시종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특히 이 대목은 바로 자신에게 주는 말씀인 것 같아서 더욱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사도 바울을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많은 은혜를 체험했었는데 지금은 자신이 사도 바울에게 근심을 끼치는 성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죄스러웠다.

사실 고린도 교회나 다른 초대교회들이 안고 있었던 문제에 비하면 빌립보 교회는 큰 문제도 아니었고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분쟁하는 모습은 예수를 영접하고 기독교 공동체에 가입하려는 새로운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는 일이었을 것이다.

드디어 에바브로디도가 돌아왔다. 하지만 그들 속에 내재된 갈등의 골은 상당기간 치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에바브로디도는 교인들의 갈등과 긴장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채 노심초사했지만, 그러한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인들은 예의상 에바브로디도 앞에서는 문제없는 척 하다가도 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또 충돌하곤 하였다.

*목사가 죽어야 해결된다???
그러던 어느날 사도 바울이 결국 순교자의 반열에 올랐다는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사도 바울이 영적인 부모나 다를바 없는 빌립보 교인들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바울 사도의 순교사건은 빌립보 교회의 분쟁을 근원부터 완전히 종식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빌립보 교회에서 사도 바울의 순교를 추모하는 예배가 있었다. 그때 교인들은 깜짝 놀랄만한 장면을 목격하였다. 유오디아와 순두게가 나란히 한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두 여인이야말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사람이기도 하였다.

유오디아와 순두게는 바울 사도가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 중에 두 사람을 향해 언급했던 부탁 때문에 슬픔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유오디아와 순두게 분에게 나는 간청합니다. 주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되십시오. 나와 멍에를 , 진실한 협력자에게 부탁합니다. 여자들을 도와 주십시오. 여자들은 클레멘스를 비롯하여 다른 협력자들과 더불어 복음을 전하느라고 나와 함께 애쓴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이름은 생명책에 올라 있습니다."

유오디아와 순두게는 사도 바울이 죽기 전에 서로 화해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마음 아팠다. 결국 바울은 죽어가면서까지 그들을 가르쳤고 유오디아와 순두게는 그후로는 서로를 존중하며 모든 일에 협력을 아끼지 않는 신앙의 동지로 되돌아왔다.

그들이 그렇게 아름다운 관계로 변모하자 둘로 나뉘어 서로를 헐뜯던 교인들도 변하였다. 갈등과 분파는 사라졌고 신앙의 라이벌이었던 두 여인의 화합으로 인해 평강이 찾아왔다.

빌립보 교회의 이 두 여인의 좋은 믿음과 헌신적인 삶의 모습은 초대 교회에 상당기간 동안 유오디아라는 의미처럼 '아름다운 향기'가 되어 전파되었고, 순두게란 이름대로 '행복스러운' 여인들로 기억되었다.

*두 여장부의 하늘 눈물
만일 오늘 우리들이 이러한 신앙적 교훈을 발견하지 못하고 비슷한 일들을 되풀이 한다면 바울의 죽음을 놓고 눈물을 흘리며 회개하던 유오디아와 순두게가 하늘나라에서 다시 한 번 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